본문 바로가기

업종별 정보/전자/전기

팀 쿡 “테크놀로지와 패션, 혹은 테크놀로지와 뱅킹의 교차점에 있다”

기자들은 왜 ‘애플 혁신 실종’을 되뇌일까

http://wp.me/p4C4jW-Lw

 

 

 

 

애플이 새로운 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한국 언론에 늘 등장하는 제목이 있다. “혁신은 없었다”는 제목이 바로 그것이다. 아이폰6, 잡스 고집 버렸지만 혁신은 없었다 같은 기사들이 대표적이다.

여기서 질문을 한 가지 던져보자. 기자들은 왜 애플이 새 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혁신 부족’ 운운하는 글을 쓸까? 많은 사람들이 비판하듯이 “최대 광고주인 삼성눈치 보느라” 그런 걸까?

물론 그런 부분도 배제하진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난 그 때문만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난 기자들이 ‘애플 혁신 실종’이란 단어를 거부감 없이 되뇌이는 건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혁신에 대한 잘못된 생각, 또 하나는 기술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 부족.

 

팀 쿡 [출처=위키백과]

팀 쿡 [출처=위키백과]

1. 4할 타자 타령하는 시대착오적 진단 

 

야구계의 단골 화두 중 하나는 “왜 4할 타자가 실종됐는가”란 물음이다. 미국 프로야구에선 1941년 테드 윌리엄스 이후 4할 타자 명맥이 끊어졌고, 한국 역시 프로야구 원년 백인천 이후 4할 타자는 구경도 못하고 있다.

이 물음에 답을 한 것은 엉뚱하게도 진화 생물학자인 스티븐 제이 굴드였다. 그는 통념과 달리 4할 타자가 사라진 것은 전반적인 타격 능력 향상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타격 능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4할을 웃도는 타자 뿐 아니라, 2할을 밑도는 수준 이하 타자들도 사라졌다는 것이 ‘굴드의 가설’의 골자다.

난 기자들이 애플 행사 때마다 ‘혁신 실종’이란 말을 되풀이하는 기저에는 4할 타자 화두와 비슷한 심리가 깔려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가 기자들이, 란 유체이탈 화법을 써도 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뭐, 나랏님이 잘 쓰시는 용어이니, 민초가 좀 썼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될까, 싶긴 하지만.)

대다수 기자들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초기 시장을 휘든들었던 애플의 혁신에 눈높이를 맞추고(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그 시대 사고에 눈높이를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더 자세한 얘기는 내가 지난 해 아이폰5S 발표 때 썼던 칼럼을 참고하시라.

이런 심리의 기저엔 ‘요절한’ 스티브 잡스에 대한 과도한 숭배란 심리도 깔려 있다. 그러다보니 조금만 성에 안 차면 “잡스가 있었더라면”이란 하나마나한 말을 되풀이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부분 역시 내가 스티브 잡스 1주기 때 썼던 칼럼을 한번 참고해보시라.

2. 이젠 3할과 3할5푼 간의 도토리 키재기가 필요하다  

자, 이런 관점으로 오늘 발표 내용을 한번 보자. 대표적인 IT 전문 기자인 월터 모스버그는 애플의 오늘 행사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드디어 명실상부한 팀 쿡 시대가 열렸다는 선언까지 할 정도다.

모스버그는 스티브 잡스가 “테크놀로지와 리버럴 아츠의 교차점”에 서 있었던 반면 팀 쿡은 “테크놀로지와 패션, 혹은 테크놀로지와 뱅킹의 교차점에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그는 팀 쿡이 애플 페이를 내놓으면서 세계 많은 금융 기관들과 파트너십을 맺은 것, 그러면서도 보안 문제를 해결한 것 등을 높이 평가했다. “실행이 관건”이란 단서를 달긴 했지만 팀 쿡이 확실한 자기 색깔을 심는 데 성공했다고 진단했다.

페친의 페친이신 조광수 님이 정리한 부분도 눈에 띈다.  (타임라인 그대로 옮겨오는 법을 몰라서 긁어왔다. 게다가 페친도 아니어서 인용한다는 사실을 말씀드릴 방법도 없고. ^^)

1) 우선 애플답게 생태계를 정리하는 한 수: 드러난 바처럼, 비자와 마스터, 아멕스가 연동되었다. 거기에 메이시 백화점에 블루밍데일, 맥도널드가 연결되었다. “전 세계” “수 억”의 가맹점에서 쓸 수 있다. 애플의 생태계 전략이 가져올 파급력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하이프만 잘 유지한다면, 알리페이와 페이팔, 그리고 구글과의 전쟁에서 후발 사업자가 한 발 더 앞설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2) 페이팔의 모델이 연상되듯 크래딧카드는 iTunes에 저장하고, 결제시에 카드정보를 셀러에게 제공하지 않는다!
3) 그렇다고 거래정보가 iPhone이나 Watch에 남아있지 않는다 @.@ (참고로, 이 모든 프로세싱을 애플이 한다. 정말 지독하게도 딜을 잘한다.)

이 정도면 충분히 혁신적이지 않는가? 애플답게 생태계를 정리하면서도 보안 이슈를 잘 해결하고, 그러면서도 패션 감각까지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는 능력. 충분히 애플다운 혁신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자, 글을 맺자. 현대 야구에선 3할5푼 이상만 쳐도 충분히 ‘혁신적인 타자’로 평가할 수 있다. 요즘 같은 상향 평준화된 시대에, 리그 최고 투수에게 “왜 30승을 못 하냐? 장명부는 했는데”라고 요구하는 건 시대 착오적인 처사다. 그 때와 지금은 리그 전체의 수준이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기자들이 애플을 비판할 때 단골로 동원하는 ‘혁신 실종’도 마찬가지다. 2010년대 중반 시장을 보면서 2000년대 중반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스마트폰 시장이 제대로 무르익기 전에 아이폰 같은 혁신 상품을 내놓는 것. 굉장히 어렵다. 하지만 지금 같은 스마트폰 평준화시대에 경쟁사보다 한 두 발 앞서는 제품 내놓는 건 더 어렵다. 그러니 그 부분도 충분히 혁신적이라고 평가해줘야 한다.

그러니, 이제 더 이상 김현수나 김태균 같은 타자들에게 “왜 4할을 못 치냐?”는 비판을 하지 말자. 그보다는 리그 투수들의 수준이 엄청나게 올라온 상황에서, 더구나 선발과 중간, 마무리 투수 역할 분담이 확실하게 된 상황에서 3할5푼을 쳐내는 그들의 ‘혁신적 타법’에 주목하도록 하자. 그래야만 애플 뿐 아니라 스마트폰 시장 전체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http://hypertext30.wordpress.com/2014/09/10/%EA%B8%B0%EC%9E%90%EB%93%A4%EC%9D%80-%EC%99%9C-%EC%95%A0%ED%94%8C-%ED%98%81%EC%8B%A0-%EC%8B%A4%EC%A2%85%EC%9D%84-%EB%90%98%EB%87%8C%EC%9D%BC%EA%B9%8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