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애틀에 사는 이민국 직원 라파엘 산체스 씨는 아침에 일어나면 스마트폰에 깔려 있는 BNP파리바 ‘Mes Comptes(나의 계좌)’ 애플리케이션(어플)을 제일 먼저 켠다. 이 어플은 산체스 씨 소비 계획 및 패턴 등을 비롯한 다양한 금융정보가 한눈에 들어올 수 있도록 시각화해 제공하며 현 재정 상태를 날씨에 비유해 보여준다. 그는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Mes Comptes’가 권하는 대로 투자 포트폴리오 일부 조정을 신청했다.
집을 나서는 그의 지갑 속엔 여러 장의 신용카드 대신 50달러를 주고 구입한 단 한 장의 카드만 들어 있다. 코인(COIN)사가 개발한 이 카드 안에는 최대 8장의 다른 카드 정보가 들어가 있다. 홈 버튼 하나로 사용하려는 카드를 택할 수 있으며, 보안 모드로 변경해 기능을 정지시킬 수도 있다. 스마트폰과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지면 폰에 알림 메시지가 뜨기 때문에 잃어버릴 걱정을 안 해도 된다. 출근길 신호 대기 중에는 온라인 은행 ‘심플(Simple)’ 어플을 켰다. ‘여유자금(Safe to Spend)’ 항목 클릭 후 입금을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지갑에서 수표 한 장을 꺼내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입금했다.
사무실에 도착한 산체스 씨는 최근 등록한 대학원 학자금 마련을 위해 렌딩클럽(Lending Club)에 접속했다. 그는 ‘개인융자’를 통해 3만5000달러를 오프라인 금융기관보다 약 30% 가까이 싼 이자에 빌렸다. 금융기관이 중간에 끼지 않은 개인 간 금융대출(P2P;Peer to Peer Lending)이기 때문에 저렴할 수밖에 없다.
잠들기 전에는 침대에 누워 위핏(Wipit)사가 만든 ‘부스트모바일(Boost mobile)’ 전자지갑으로 멕시코에 사는 어머니 카멜라 타피아 씨에게 용돈 300달러를 보냈다. 불과 30초 안팎의 시간이 걸렸고 송금 수수료는 없었다. 산체스 씨의 다양한 금융활동은 모두 온라인·모바일 환경에서 이뤄졌다. 오프라인 은행 점포를 방문하거나 증권사 자산관리사(PB)를 만나지도 않았다. 그는 “마지막으로 은행·증권사를 찾은 게 언제인지 기억나질 않는다”며 “뱅킹과 결제뿐만 아니라 개인자산관리도 이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금융라이프는 허구가 아닌 현실이다. 그 중심에 정보·기술(IT) 기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FinTech) 기업이 있다. 뱅킹·대출·결제수단·개인자산관리·보안 등 전 금융 영역에 핀테크가 침투하고 있다. 핀테크 기업이 제시하는 미래의 금융생활은 매년 미국과 유럽에서 각각 한 차례씩 열리는 금융기술 콘퍼런스인 피노베이트(Finovate)를 보면 알 수 있다. 매번 60여 개 핀테크 기업이 당장 상용화 할 수 있는, 혹은 상용화된 신기술을 들고 피노베이트를 찾는다.
온버짓(OnBudget)은 신용카드 및 은행계좌를 모바일 어플과 연동시켜 예산을 짜준다. 사용자 소비패턴 분석에는 불과 30초밖에 안 걸리며 6개월에 한 번씩 카테고리별 예산 조정도 해준다.
퀴스크(Quisk)와 위핏은 현금의 디지털화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이 기술을 통해 휴대폰으로 전 세계 누구에게나 모든 종류의 화폐를 보내거나 결제할 수 있다. 놀라운 건 모든 과정이 실시간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금융기관 개입이 없기 때문에 송금 수수료는 없으며 결제 수수료도 없다. 그 밖에 이제는 영향력 있는 핀테크 기업으로 발돋움한 민트닷컴(Mint.com), 렌딩클럽, 엠파운드리(mFoundry), 프로스퍼(Prosper) 등이 모두 피노베이트를 통해 데뷔했다.
버나드 문 스파크랩 글로벌 벤처스 공동창업자는 “금융기술업체의 대두는 지난해부터 본격화됐고, 향후 수년간 이어질 전망”이라며 “기존 금융기관 및 인프라스트럭처에 침투(disrupt)하려는 심플은행과 같은 대형 핀테크 기업의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집을 나서는 그의 지갑 속엔 여러 장의 신용카드 대신 50달러를 주고 구입한 단 한 장의 카드만 들어 있다. 코인(COIN)사가 개발한 이 카드 안에는 최대 8장의 다른 카드 정보가 들어가 있다. 홈 버튼 하나로 사용하려는 카드를 택할 수 있으며, 보안 모드로 변경해 기능을 정지시킬 수도 있다. 스마트폰과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지면 폰에 알림 메시지가 뜨기 때문에 잃어버릴 걱정을 안 해도 된다. 출근길 신호 대기 중에는 온라인 은행 ‘심플(Simple)’ 어플을 켰다. ‘여유자금(Safe to Spend)’ 항목 클릭 후 입금을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지갑에서 수표 한 장을 꺼내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입금했다.
사무실에 도착한 산체스 씨는 최근 등록한 대학원 학자금 마련을 위해 렌딩클럽(Lending Club)에 접속했다. 그는 ‘개인융자’를 통해 3만5000달러를 오프라인 금융기관보다 약 30% 가까이 싼 이자에 빌렸다. 금융기관이 중간에 끼지 않은 개인 간 금융대출(P2P;Peer to Peer Lending)이기 때문에 저렴할 수밖에 없다.
잠들기 전에는 침대에 누워 위핏(Wipit)사가 만든 ‘부스트모바일(Boost mobile)’ 전자지갑으로 멕시코에 사는 어머니 카멜라 타피아 씨에게 용돈 300달러를 보냈다. 불과 30초 안팎의 시간이 걸렸고 송금 수수료는 없었다. 산체스 씨의 다양한 금융활동은 모두 온라인·모바일 환경에서 이뤄졌다. 오프라인 은행 점포를 방문하거나 증권사 자산관리사(PB)를 만나지도 않았다. 그는 “마지막으로 은행·증권사를 찾은 게 언제인지 기억나질 않는다”며 “뱅킹과 결제뿐만 아니라 개인자산관리도 이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금융라이프는 허구가 아닌 현실이다. 그 중심에 정보·기술(IT) 기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FinTech) 기업이 있다. 뱅킹·대출·결제수단·개인자산관리·보안 등 전 금융 영역에 핀테크가 침투하고 있다. 핀테크 기업이 제시하는 미래의 금융생활은 매년 미국과 유럽에서 각각 한 차례씩 열리는 금융기술 콘퍼런스인 피노베이트(Finovate)를 보면 알 수 있다. 매번 60여 개 핀테크 기업이 당장 상용화 할 수 있는, 혹은 상용화된 신기술을 들고 피노베이트를 찾는다.
온버짓(OnBudget)은 신용카드 및 은행계좌를 모바일 어플과 연동시켜 예산을 짜준다. 사용자 소비패턴 분석에는 불과 30초밖에 안 걸리며 6개월에 한 번씩 카테고리별 예산 조정도 해준다.
퀴스크(Quisk)와 위핏은 현금의 디지털화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이 기술을 통해 휴대폰으로 전 세계 누구에게나 모든 종류의 화폐를 보내거나 결제할 수 있다. 놀라운 건 모든 과정이 실시간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금융기관 개입이 없기 때문에 송금 수수료는 없으며 결제 수수료도 없다. 그 밖에 이제는 영향력 있는 핀테크 기업으로 발돋움한 민트닷컴(Mint.com), 렌딩클럽, 엠파운드리(mFoundry), 프로스퍼(Prosper) 등이 모두 피노베이트를 통해 데뷔했다.
버나드 문 스파크랩 글로벌 벤처스 공동창업자는 “금융기술업체의 대두는 지난해부터 본격화됐고, 향후 수년간 이어질 전망”이라며 “기존 금융기관 및 인프라스트럭처에 침투(disrupt)하려는 심플은행과 같은 대형 핀테크 기업의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핀테크 웨이브에 대비 안된 한국금융
지난 2월 스페인계 글로벌 은행 방코 빌바오 비스까야 아르헨따리아(BBVA)가 미국 온라인 은행 심플(Simple)을 1억1700만달러에 인수했다. 세계적 결제서비스 업체 페이팔(PayPal)은 작년 9월 전자지불 결제 대행(Payment Gateway;PG)사 브레인트리(Braintree)를 8억달러에 사들였다.
비슷한 시기 세계 최대 규모의 뱅킹·결제 관련 IT서비스 제공업체인 피델리티 내셔널 인포메이션 서비스(FIS)는 모바일 뱅킹·결제 솔루션 제공업체인 엠파운드리(mFoundry) 인수를 마무리 지었다. 불과 1년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진행된 글로벌 금융기술업계 내 합종연횡 움직임이다.
은행으로 대표되는 전통 금융기관과 금융기술업체인 이른바 ‘핀테크’ 기업, 혹은 핀테크 기업 간 인수·합병이 온라인 및 모바일 금융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BBVA는 온라인 뱅킹 플랫폼 구축에 욕심냈고, 페이팔은 경쟁자인 스트라이프(Stripe)의 맹추격을 뿌리쳐야 했다.
금융기술에 대한 투자 규모도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사인 액센츄어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9억3000만달러에 불과했던 핀테크 기업에 대한 전 세계 투자자금은 5년 후인 2013년 29억7000만달러로 3배 이상 급등했다. 보고서에는 ‘신기술 개발, 규제 완화, 소비자 행동변화 그리고 비용절감에 대한 필요성 등이 핀테크 투자확대의 원인’이라고 명시됐다.
이처럼 쉴 새 없이 몰아치는 핀테크의 파도는 유독 한국 금융시장을 비껴갔다. 비금융기관의 독자적인 금융업 진출을 막는 법규와 공인인증서로 상징되는 낡은 관습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한국 금융시장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을 앞둔 카카오가 ‘뱅크월렛 카카오’, ‘카카오 페이’ 등을 통해 송금 및 지급결제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정부는 또 온라인 결제시스템 간편화를 위해 KG이니시스와 LG유플러스 등 국내 대형 PG사가 신용카드 정보를 저장할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문제는 한국 금융시장이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과연 됐느냐는 것이다. 한 금융사 고위관계자는 “여느 업권보다도 높았던 금융시장 울타리가 금융기술 공습에 조금씩 무너져 내리는 양상”이라며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전통적 프레임을 벗어나지 않으면, 속수무책으로 시장을 내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편의와 보안 두 마리 토끼 잡아라
금융기술의 발달이 전 세계 금융감독당국에 안겨준 고민은 동일하다. 소비자 편의성 및 지불결제의 보안성·투명성을 높임과 동시에 혁신을 가속화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게다가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는 금융사기 예방책까지 마련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미국은 선불카드 관련 수수료·공시 등을 강화했고, 캐나다 역시 선불카드로 상품을 구매했을 때 소비자가 낭패를 보지 않도록 거래 투명성을 확보했다. 미국은 국제기술표준(EMV) 인증을 채택해 보안에도 신경 쓰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은 인터넷 결제 시 보안 강화와 소비자 인지 및 교육을 핵심으로 한 보안정책을 세우고 있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2013년부터 유럽연합 은행별 수수료를 비교 가능하게 했고, 이에 따른 계좌이동도 편리하게 만들었다.
영국은 계좌번호를 밝히지 않고 사전 등록된 스마트폰으로 결제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를 시작한다. 영국과 네덜란드는 카드를 대지 않아도 되는 근접무선통신(NFC) 기반 결제가 상용화됐다. 브라질은 결제 비용을 낮추기 위한 모바일 거래 관련 규정을 내놓을 예정이며, 인도는 모바일 지갑 발전을 위한 100% 외국인 직접투자를 조건부 허용했다.
호주는 실시간 은행 거래 인프라스트럭처를 오는 2016년 말까지 구축할 계획이다. 그밖에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아랍에미레이트(UAE), 바레인 등 주요 중동국가는 국제은행계좌번호(IBAN) 시스템을 도입해 국제 거래 시 은행업무 효율성을 개선했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컨설팅업체 캡제미니는 ‘세계 페이먼트 리포트’를 통해 “지역별로 다양한 규제가 난무하면서 내용이 겹치는 경우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용어설명 핀테크(FinTech)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송금·결제·자산관리·크라우드 펀딩 등 각종 금융서비스 관련 기술을 의미한다. 각종 금융권 업무를 대체해 비용 절감을 이루고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까지 제공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용어설명 P2P(Peer to Peer)렌딩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개인 간 온라인 대출·융자 시스템. 미국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P2P렌딩 관련 핀테크 벤처기업수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이유섭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금융기술의 발달이 전 세계 금융감독당국에 안겨준 고민은 동일하다. 소비자 편의성 및 지불결제의 보안성·투명성을 높임과 동시에 혁신을 가속화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게다가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는 금융사기 예방책까지 마련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미국은 선불카드 관련 수수료·공시 등을 강화했고, 캐나다 역시 선불카드로 상품을 구매했을 때 소비자가 낭패를 보지 않도록 거래 투명성을 확보했다. 미국은 국제기술표준(EMV) 인증을 채택해 보안에도 신경 쓰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은 인터넷 결제 시 보안 강화와 소비자 인지 및 교육을 핵심으로 한 보안정책을 세우고 있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2013년부터 유럽연합 은행별 수수료를 비교 가능하게 했고, 이에 따른 계좌이동도 편리하게 만들었다.
영국은 계좌번호를 밝히지 않고 사전 등록된 스마트폰으로 결제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를 시작한다. 영국과 네덜란드는 카드를 대지 않아도 되는 근접무선통신(NFC) 기반 결제가 상용화됐다. 브라질은 결제 비용을 낮추기 위한 모바일 거래 관련 규정을 내놓을 예정이며, 인도는 모바일 지갑 발전을 위한 100% 외국인 직접투자를 조건부 허용했다.
호주는 실시간 은행 거래 인프라스트럭처를 오는 2016년 말까지 구축할 계획이다. 그밖에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아랍에미레이트(UAE), 바레인 등 주요 중동국가는 국제은행계좌번호(IBAN) 시스템을 도입해 국제 거래 시 은행업무 효율성을 개선했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컨설팅업체 캡제미니는 ‘세계 페이먼트 리포트’를 통해 “지역별로 다양한 규제가 난무하면서 내용이 겹치는 경우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용어설명 핀테크(FinTech)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송금·결제·자산관리·크라우드 펀딩 등 각종 금융서비스 관련 기술을 의미한다. 각종 금융권 업무를 대체해 비용 절감을 이루고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까지 제공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용어설명 P2P(Peer to Peer)렌딩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개인 간 온라인 대출·융자 시스템. 미국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P2P렌딩 관련 핀테크 벤처기업수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이유섭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8호(2014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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