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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패션’ 은 가라, 이제 ‘슬로우패션’이 대세

‘패스트패션’ 은 가라, 이제 ‘슬로우패션’이 대세

F. Martin Ramin/The Wall Street Journal
미국에서 패스트패션 추세가 슬로우패션 트렌드로 대체되고 있다. 

올 가을 쇼핑객들이 심사숙고해볼 만한 조언이 있다. ‘옷을 적게 사라’는 것이다.

차고 넘칠 정도의 의상이 쏟아져 나오는 ‘뉴욕패션위크’가 오늘 개막해 수십 명의 디자이너와 여러 브랜드가 2015 봄 컬렉션을 선보인다. 이같은 상황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덜 사는 대신 고품질의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 행태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젊은 세대의 소비자층은 일명 ‘패스트패션’으로 알려진 옷을 입으면서 자랐다. 패스트패션이란 유행에 맞춰 트렌드가 될 만한 아이템을 바로 바로 만들어내는 것으로 디자인을 우선시하고 가격이 저렴한 게 특징이다(주문을 하면 바로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처럼 빠르게 기획, 제작하여 유통시킨다는 의미에서 패스트패션이란 이름이 붙었다).

소비자들은 이같은 의류를 한철 입고 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제는 ‘양이 아닌 질’이 중요하다는 사고로 방향을 돌리고 있다고 업계 경영자들은 설명했다.

소비자들의 변화하는 구미에 맞춰 다수의 신생 소매업체들은 소비자들이 구입 개수를 줄이는 대신 더 오래 입을 수 있는 의상을 구비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자디’, ‘쿠야나’, 에버레인’을 포함한 소매업체들은 제품 품목을 줄이고 홍보를 적게 하면서, 고급 원단과 양질의 제품, 공급원 및 제조에 있어 투명성을 약속하고 있다.

의류 소매업계의 자체 통계는 소비자 지출 행태의 변화가 정착되기 시작했음을 시사하고 있다. ‘미국 의류 및 신발 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미국인의 연간 의류 지출이 그 어느 때보다도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2005년에 정점을 찍은 이후 정체돼 온 것으로 나타났다.

20여 년 간 값싼 의류를 사서 한철 입고 버리는 구매 행태가 지속돼 왔지만, 이같은 트렌드가 방향을 틀면서 의류 매장과 소비자 모두에게 커다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제품 구매에 나서기 전에 가격이 인하될 때까지 기다리도록 길들여져 왔으며, 기다리고 난 후에는 충동적으로 엄청난 양의 제품을 구매하는 성향이 있다. 그리고 나서 필요치 않은 제품을 괜히 샀다고 후회하기 일쑤다.

American Apparel & Footwear Association/WSJ

이번주 뉴욕패션위크에서 자신의 최신 컬렉션을 선보일 예정인 디자이너 미샤 노누는 고객의 의상 구성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 한다고 설명했다. 노누는 고객들이 이미 보유한 의상을 자신이 디자인한 새 의상과 어떻게 매치시킬 것인가를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노누가 디자인한 체크 무늬 트위드 재킷과 한 벌인 바지(2014 가을 컬렉션)는 따로 구매할 수 있다. 그녀는 이 하의가 블랙 컬러 블라우스와 잘 어울린다며, 재킷은 직장에서는 바지와 곁들여 입을 수 있고 주말에는 청바지와 매치시켜 입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각 아이템을 다른 의상과 다양하게 매치해 입을 수 있다”고 노누는 덧붙였다.

신인 디자이너의 작품을 소량으로 선보이는 온라인 소매업체 ‘오브 어 카인드’는 지난 2010년 제품의 최고가를 약 300달러로 제한했다. 창업자인 클레어 마주르와 에리카 세룰로는 이같은 가격 한도가 당시 자신들의 개인 지출 한도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몇년 동안 이 한도가 상향돼 왔다. 오브 어 카인드는 2012년에 350달러짜리 가죽 재킷을 선보였고, 지난해에는 400달러에 육박하는 파인 주얼리(귀금속과 진짜 보석으로 제작된 고가 제품)를 판매했다.

‘오브 어 카인드’ 창업자들은 유행과 가격에 초점을 맞추는 ‘H&M’, ‘자라’와 같은 매장을 주로 이용하던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웹사이트를 방문했을 때 느낄 수도 있는 충격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고 말했다.

마주르는 “우리 고객 다수는 패스트패션 트렌드에서 벗어나 어떻게 드레스 한 벌을 200달러를 주고 살까를 고심하는 이들”이라고 설명했다.

언론에 대서특필된 해외의 제조 관련 이슈가 경각심을 일깨웠다고 하는 업체들도 있다. 온라인 소매업체 ‘자디’의 공동 창업자 맥신 비뎃은 이같은 패션 추세를 식품업계의 ‘농장에서 식탁까지’ 트렌드에 비유했다.

“사람들은 옷 라벨을 보면서 궁금해 한다”고 그녀는 언급했다. 자디 웹사이트에 올라운 스웨터 사전예약주문 페이지에는 “패스트패션은 패스트푸드’라는 헤드라인이 실려 있다. 자디는 소비자들에게 ‘슬로우패션 혁명’에 합류할 것을 권한다.

Catwalking/Getty Images
뉴욕패션위크 

의류 업체 ‘쇼퍼스 엣 에버레인’은 2011년 설립됐다. 쇼퍼스는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협력 공장 및 브랜드, 자사 직원 수, 제품, 심지어 제품이 생산되는 현지의 시간과 기후에 이르는 부분에 대해 ‘철저한 투명성’을 유지하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창업자 마이클 프레이스먼은 처음 사이트를 방문하는 이들이 종종 이같은 페이지를 클릭한다면서,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지난해 카를라 갈라르도와 쉴파 샤는 ‘쿠야나’를 설립했다. 쿠야나는 ‘양보다 질’이라는 기치를 표방하는 여성 의류 및 액세서리 브랜드다. 매 시즌마다 쿠야나는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시간을 초월한 클래식한 미학을 담은 신제품을 소량으로 내놓는다.

매일 대량의 홍보성 이메일을 보내는 다수의 의류 브랜드와는 달리, 쿠야나는 고객들에게 매주 한 통의 이메일만을 발송한다. 공동 창업자인 샤는 자사 브랜드의 마케팅이 소비자들을 독려하고자 하는 것이라면서 “우리의 메시지는 사람들에게 죄책감을 느끼게 하자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옷들을 모두 없애고 진정 자신이 좋아하는 옷들로 옷장을 채우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자이너 누노는 신중하게 쇼핑할 것을 권했다. 의상의 75% 정도는 기본적이고 다양하게 매치시켜 입을 수 있는 옷들로 갖추고, 나머지는 ‘특별한’ 아이템을 구입하라는 것이다. 그녀는 “한번에 모든 것을 다 구입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이처럼 절제된 접근 방식에는 또 다른 이점도 있다면서 노누는 시간을 절약해 준다고 말했다.

“여성들은 바쁘기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은 또 뭘 입어야 할지를 가장 생각하기 싫어한다”면서, 그녀는 “옷이 더 많을수록 정신만 사나워 고르기가 더 어렵다”고 덧붙였다.

기사 번역 관련 문의: jaeyeon.woo@wsj.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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