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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대기업 때려치우고 6개월간 127명에 던진 질문은?

그가 대기업 때려치우고 6개월간 127명에 던진 질문은?

정재환 프리랜서 다큐멘터리 PD, 91개 직업 127명 만나 여행 인터뷰머니투데이 | 박계현 기자 | 입력2014.09.08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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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계현기자][정재환 프리랜서 다큐멘터리 PD, 91개 직업 127명 만나 여행 인터뷰]

#누구나 부러워하는 대기업 3년차 사원. 시계 10개에 알람을 맞췄지만, 아침에 일어나기가 너무 힘들다. 아침마다 세수를 하면서 거울을 보고 '나가기 싫다'는 생각을 했다. 몸을 질질 끌고 억지로 나가면 또 그런대로 몸이 적응을 한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회식자리를 가고 그러다 보면 또 월급날이다.

그는 2년여동안 이같은 일상을 반복하다 지난 2월 사표를 던졌다. 그리고 4월부터 6개월간 자비로 인터뷰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질문은 직장생활 내내 자신의 머릿속을 맴돌던 "당신은 왜 이 일을 하는가"였다.

정재환 프리랜서 다큐멘터리 PD의 이야기다. 그는 싱가포르에서 마단 나갈딘 페이스북 아시아태평양지역 인사총괄 부사장를 인터뷰한 것을 시작으로 그동안 우리나라를 포함해 홍콩, 대만 등지를 돌아다니며 23개 국적의 91개 직업을 가진 127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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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환 프리랜스 다큐멘터리 PD가 지난 4월 홍콩에서 길거리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제공=정재환 PD

그가 만난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었다. 첫 번째 부류는 '살기도 어려운 마당에 배부른 소리 하지 말라'며 그를 내몰았다. 두 번째 부류는 '돈을 벌고 누군가 나를 인정해주고 찾아온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답했다. 심지어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도 두 부류로 갈렸다.


제주의 마지막 독립운동가, 대전 성심당 매니저, 광주의 무형문화재 등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가 내린 결론은 "나를 알고, 일을 알고, 나와 일이 만나서 생긴 가치, 이 삼박자를 파악하고 있는 사람들이 일을 하면서 행복해 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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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환 프리랜스 PD가 김성준 SBS 앵커에게도 '당신은 왜 이 일을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사진제공=정재환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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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환 PD가 제주도에서 마지막 독립운동가 강태선 옹을 만나 인터뷰 하고 있다./사진제공=정재환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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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환 PD가 격투기선수 데니스강을 만나 그가 왜 이 일을 하는지 질문을 던졌다./사진제공=정재환PD정 PD는 "되돌아보니 제가 대기업을 간 이유는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을 가장 우선목표로 잡았기 때문"이라며 "그 목표만을 위해 지난 내 삶의 모든 경험을 취업을 위한 스펙으로 포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떻게, 무엇을 해서 대기업에 들어갈까만 생각하다 보니 정작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충분히 생각을 못했다. 결국 그게 회사를 그만두게 된 이유"라고 말했다.

정 PD는 "6개월간 찍은 영상들을 구직자들과 나눌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며 "하반기 공채시장에 뛰어드는 구직자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누군가 제게 '왜 이 일을 하는가' 에 대한 답을 꼭 알야야하느냐고 묻더군요. 일은 '바윗돌을 옮기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왜 이 바윗돌을 옮겨야 하는지 모르는 채 그 바윗돌을 들면 무척 힘들겠죠. 그런데 누군가 '바윗돌 밑에 만원짜리가 100장 있어'처럼 이유를 알려주면 좀 더 행복하게 들 수 있지 않을까요."

머니투데이 박계현기자 unmbl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