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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비즈 콘서트(14)'지만수 메트릭스'-중국은 넓고 할 일은 많다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10. 28. 23:37

중국비즈 콘서트(14)'지만수 메트릭스'-중국은 넓고 할 일은 많다

성황리에 끝났습니다. 중앙일보 중국연구소가 기획한 '동아시아 산업 패러다임, 협력인가 충돌인가' 포럼에 약 300명의 청중이 회의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보조 의자가 모자랄 지경이었습니다. 행사를 함께 주관한 무역협회 관계자는 '올 세미나 중 최고 히트작'이라고 하더군요. 
 
회의장을 찾아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내용도 좋았습니다. 한국 제조업 위기의 근원이 무엇이고, 어떻게 극복할 지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분출됐습니다. 한국과 중국, 일본의 전문가들이 서로 다른 시각에서 의견을 개진했고, 열띤 토론을 벌였습니다. 오후 2시20분에 시작한 포럼은 저녁 6시반이 되어야 끝났습니다. 그만큼 우리 업계에 '제조업 위기'감이 높다는 것을 반증하기도 합니다(아래 사진은 천진 칭화대 교수 발표 장면). 
 
포럼.jpg


내용은 저희 신문 전면에 걸쳐 보도됐습니다. 
행사 전반을 다룬 기사는 여기(사이트 http://sunday.joins.com/article/view.asp?aid=35833)에서,
중국 참석자인 천진 교수의 인터뷰는 여기(http://sunday.joins.com/article/view.asp?aid=35832)에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다 좋았지만, 제가 이번 포럼에서 특히 주목한 것은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의 발표입니다. '단선적 경쟁에서 협력 메트리스로'가 주제였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지 박사의 내공을 보여주기에 충분한 발표였습니다. 오늘 그의 얘기를 좀 더 들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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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위기란다. 우리의 주력 산업인 철강, 조선, 석유화학이 흔들리고 있고 심지어 IT분야까지 수출이 줄어든다. 제조업 분야 고급 일자리마저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다.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해야할까. 이번 세미나가 던진 질문이다. 세미나는 그 해답을 동아시아의 분업구조에서 찾고자했다. 한중일 사이의 산업 공급사슬(supply chain)을 들여다보자는 얘기다.
 
흔히들 '샌드위치 위기'를 얘기한다. 우리 경제가 위로는 일본에 치이고, 아래에서는 중국에 치받치는 어려움에 빠졌다는 얘기다. 지 박사는 '샌드위치론'을 공격한다. 
 
"소위 말하는 '샌드위치론'은 발상 자체에 문제가 있다. 이 논리는 '산출물(output)'중심의 사고에서 나온 것이다. '어느 나라가 무엇을 만드느냐'를 중시한다. 산출물에 따라 경쟁력을 판별하고, 줄을 세운다. 일본-한국-중국 등의 순서로 말이다. 일본이 가장 앞선 하이테크를 만들고, 한국이 중간격인 기계제품을 만들고, 중국은 가장 경쟁력이 떨어지는 임가공 산업에 특화한다는 식으로 말이다. 협력보다는 경쟁을 염두에 두고 있는 시각이다."
 
맞는 얘기다. 그동안 우리는 '경쟁'이라는 단선적 생각으로 동아시아의 경제 구도를 봤다. 국가 간 경쟁, 추격과 대응이라는 측면을 강조해 왔다. '샌드위치론' 자체가 그 경쟁에서 우리가 뒤지고 있다는 위기 의식의 발로다. 동아시아의 경제 구도를 얘기할 때 등장했던 '기러기 떼(雁行)'이론도 마찬가지다. 산출물을 놓고 경쟁력 순위를 정하고, 일본-아시아신흥공업국(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베트남-중국 등으로 줄을 세웠다. 그 이론에 협력의 메커니즘은 없다.
 
지 박사는 이같은 사고가 산업 비교에서도 나타난다고 말한다. 단순가공보다는 조립가공이 더 우수하고, 중화학 장치산업보다는 첨단 서비스 산업이 더 뛰어다고 여기는 생각 말이다. 봉제 완구는 왠지 구닥따리 같고, 첨단제품이나 금융을 해야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발전을 곧 추격이요, 추월될 위기에 처하면 '샌드위치'가 되는 것이다.
 
현실을 보자. 동아시아의 산업은 이같은 단선적 경쟁 논리로만 짜여있지 않다. 국경을 넘나드는 협력이 더 많다. 지난 칼럼에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장쑤(江蘇)성 우시(無錫)에서 생산되는 소니의 컬러TV는 생산과정에서 한국, 일본, 대만, 태국 등의 기업이 참가한다. 그건 경쟁이 아닌 협력이다. 한국에서 중간재를 만들고, 중국에서 조립한다. 분업을 통한 협력이다. 게다가 한중일 3국 사이에는 국경을 넘는 투자가 활발하다. 지 박사의 얘기를 들어보자.
 
"소니의 중국공장에서 생산되는 TV는 일본제품인가, 아니면 중국 제품인가? 삼성의 대규모 중국 투자는 한국에 이익인가, 아니면 중국에 이익인가? 이렇듯 국가 단위의 분업 구조는 의미가 없다. '어느 나라가 무엇을 생산하느냐'라는 인식은 동아시아 분업구조와 맞지 않는다."
 
경쟁보다는 협력을 강조한 지 박사의 주장은 이날 주제발표를 했던 이근 서울대 교수의 논리와 대치되는 면이 있다. 이근 교수는 세계적으로 이름 높은 '추격 이론'전문가다. 그는 이날 발표에서도 "한국은 일본을 빠르게(fast)에 추격해야 하고, 동시에 중국에 대해서는 우선자(first)적 지위를 지키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경쟁과 추격, 그리고 후발자에 대한 진입 차단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잠재적 경쟁자로 등장할 만한 중소기업은 M&A를 해서라도, 내 시장의 우선적 지위를 지켜야 한다"고도 했다.
 
지 박사는 '산출물 중심의 사고로는 동아시아 협력 구도를 설명할 수없고, 그에 적응할 수도 없다'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쩌자는 것인가?  지 박사가 제시한 대안은 '투입(input)경쟁력'이다. 
 
"산출물 중심의 경쟁 인식에서 탈피해 '투입 요소의 경쟁력을 누가 더 많이 갖췄느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쟁력은 동아시아에서 벌어지는 산업 공급사슬 속에서 무엇을 담당할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투입 요소에 주목하면 경쟁을 위한 경쟁력이 아닌, 협력을 위한 경쟁이 보인다."
 
멋진 사고의 전환이다. 남의 것을 추격하고 몰아내기 위한 경쟁이 아닌, 협력을 위한 경쟁 요소를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중일 3국간 국경을 넘나드는 투자와 무역이 복잡하게 이뤄지는 지금의 상황과 어울리는 주장이다. '무엇을 만드느냐'가 아니라 '그 만드는 과정에 내가 무엇을 투입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지는 것이다. 초국경 협력에서 내가 무엇을 공헌할 수 있을 지, 어떤 것을 잘 할 수 있을 지를 봐야 한다.
 
지 박사는 "투입 중심의 사고'라면 동아시아 특유의 국가주의적 경쟁관을 불식키실 수도 있다"고 했다. 투입 중심의 협력은 역내 국가간 정치 갈등도 피하는데도 유리하다. EU가 그랬듯 말이다. 동북아 경제협력의 새로운 세계다. 
 
그렇다면 '협력의 경쟁'의 시대에서 무엇을 할 것이냐? 이를 설명하기 위해 지 박사는 '산출과 투입, 경쟁의 매트릭스'를 짰다. 아래 pt다.





위 표를 보면, 산출물 기준으로 봤을 때 농수산식품은 저위 경쟁산업이다. 그러나 투입을 고려한다면 전혀 새로운 경쟁상품이 나올 수 있다. 농수산식품업에서 '가치와 문화창조'라는 투입요소를 결합시킨다면 웰빙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다. 또 '연구개발'이라는 요소를 투입시킨다면 종묘 사업, 유전사 사업도 할 수도 있다. 경공업도 그렇다. 단순가공이라는 요소를 투입하는데 그친다면 그냥 봉제 제품을 만들 뿐이다. 그러나 가치와 문화를 접목시킨다면 레고(Lego)를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지 박사는 "누가 레고를 하위 상품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라고 묻는다.
 
'지만수 매트릭스'는 그렇게 동아시아 분업을 보는 인식의 폭을 넓혔다. 경쟁은 단선구조에서 입체적으로 확대됐다. 확연히 넓어진 비즈니스 공간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항목도 많아졌음은 물론이다. 물론 "미소곡선(Smile curve)이론의 응용일 뿐"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아무리 협력을 한다고 해도, 결국은 부가가치가 높은 영역을 차지하기 위해 각 국이 치열한 추격과 방어 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주장도 맞다. 그러나 동아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협력적 경쟁의 매트릭스를 펼쳐보였다는 점만으로도 지 박사의 발표를 높게 평가하고 싶다. 

이 매트릭스 방법론에 중국을 끼워넣는다면 더 많은 기회가 눈 앞에 펼쳐진다. 중국에 가서 웰빙 농업 비즈니스를 하고, 크루즈선으로 중국의 고급 시장을 공략하고, 연예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중국에는 '기술 구멍(hole)'이 많지 않던가. 그 협력의 기회가 일본 기업과는 왜 없겠는가. 한중일 3국 사이의 공급 사슬을 면밀히 관찰해 보면, 내 기업이 파고들 여지는 충분하다. 샌드위치는 그렇게 돌파되어야 한다. 
 
'지만수 매트릭스'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중국은 넓고, 할 일은 많다!"
 
Woody Han
woodyhan@joongang.co.kr


출처 : 한우덕 중국 비지니스 콘서트

http://blog.joins.com/media/index.asp?uid=woodyhan&folder=1